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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idus 입점, 과연 해볼 만한 일인가?

출판사의 idus 입점, 과연 해볼 만한 일인가?

그러던 어느 날 텀블벅과 idus가 관계를 텄는지 텀블벅에 펀딩 했던 도서를 idus에 작품 등록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일부 내용에 성급한 일반화나 잘못된 가정, 비약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수정할 부분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idus에 입점하고 작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을 큰 맥락에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내용이 계기가 되어 idus가 좋은 책이 유통되는 또 다른 대안 플랫폼으로 자리 잡길 희망합니다.
* idus 수수료는 공개할 수 없어 00 표시해두었습니다.


필자는 1인 출판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뭔가 거창한 것처럼 말하지만 낮에는 멀쩡히 직장을 다니다가 일과 후에 바퀴벌레처럼 책을 만드는, 1년에 겨우 1권을 찍을까 말까 하는 마이너 생산자다.

어쩌다 번역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 다른 출판사에서는 내지 않을 것 같은 책인지라 직접 판권을 확보해보려고 출판사를 만든 적이 있었다. 다니던 회사에 동의를 구하고, 판권을 확보하고, 번역하고, 편집하고, 그렇게 만든 원고는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 받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처음치고는 성공적이었고 독자들도 좋아했던지라 올해도 괜찮은 책 하나를 골라 준비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텀블벅과 idus가 관계를 텄는지 텀블벅에 펀딩 했던 도서를 idus에 작품 등록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책 제작 과정에서 도움을 준 분들에게 idus의 아이템을 선물했더니 반응이 좋아서일까? idus에서의 구매 경험은 상당히 좋았던지라 이번 입점 제안이 반갑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텀블벅이나 idus나 공급자가 ‘창작자’와 ‘작가’라는 크리에이터의 면모를 부각하는 덕분인지 여타 다른 플랫폼의 ‘판매자’와는 다른 결이 있었고 온라인 서점 플랫폼 이외의 또 다른 환경에서 ‘작가’로 활동하길 내심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접해보니 이제까지 생각했던 콘셉트와 뭔가 맞지 않는 심한 부조화를 느끼면서 멈칫하게 되었다.

과연 뭐가 나를 멈추게 만들었을까?

텀블벅은 ‘창작자’, idus는 ‘작가’ 하지만 그 이면엔 뭔가 다른 게 있다

텀블벅에 책을 만들어서 펀딩을 받을 때는 내가 ‘창작자’였다. 그리고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후원자’라 불렀다. 텀블벅은 어설픈 내 창작물을, 그게 좀 변변치 않더라도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비를 털어 제작비를 보조해주는 방식이었다. 반면 idus는 내가 ‘작가’였다. 하지만 내가 입점해서 내놓는 건 ‘후원이 필요한 제작 중인 반제품’이 아니라 ‘엄정한 품질 평가를 요하고 구매자의 기호와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완제품’이었다. 우선 ‘입점’이란 말부터가 ‘가게를 차린다’는 의미인지라 이미 상업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이젠 ‘리워드’ 같은 감사의 뜻으로 선물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구매자’의 취향에 맞춰 선택되고 거래되는 ‘제품’을 공급하는 거라고 사고를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 내가 내놓는 건 ‘프로젝트 산출물’이 아니라 ‘기성 제품’인 것이다.

본 궤도에 올라버린 스타트업의 느낌, 창작자의 스토리텔링도 달라져야 한다

크라우드펀딩을 할 때는 실수해도 먼저 양해를 구하고 수습하면 후원자가 너그럽게 수용해줬다. 애당초 크라우드펀딩이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고 결과물이 구체화되는 일종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행착오한 게 수습되어 바른 방향으로 나가는 게 확인되면 후원자는 더 신나고 응원한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텀블벅의 스토리는 계획과 시행착오, 보완하고 완성하는 일련의 성장 과정이 하나의 타임 라인에 새겨진다. 반면 idus는 완성된 제품을 보여주고 이건 어떤 철학으로 만들었는지, 콘셉트 정도만 잡을 정도의 과거를 회상할지언정 시행착오하고 성장한 라떼 이야기보다는 현재의 제품의 퀄리티, 그 제품이 줄 수 있는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서 첫 번째 이질감이 느껴졌다. 스타트업에서 고군분투하면서 제품을 만들다가 대기업에서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영업하고 제안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이상 텀블벅에서 풀었던 어설픈 이야기는 쓸 수 없었다. 그때의 과정을 읊어봐야 ‘그건 네 사정이고’ 그런 관심 밖의 반응이 나올 게 뻔하다. 구매자가 보는 관점은 그때와 다르다. 나는 더 이상 실수를 눈 감아줄 수 있는 ‘뉴비’가 아니라 ‘프로’ 작가다. 내가 만드는 건 ‘프로젝트 산출물’이 아니라 ‘제품’이다. 결과물에 다소 결함이 있으면 아쉬워할 시간에 반품을 해야 한다. 결국 나는 idus를 창작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

결론이 여기에 이르자 나는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이 플랫폼은 쓸만한 걸까?'

idus는 텀블벅에 묻어가는 게 아니라 Yes24를 상대해야 한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사용자의 pain point를 해결해야 한다. 책을 중심으로 본다면 독자와 출판사가 플랫폼의 사용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구매자)와 출판사(판매자)의 입장에서 idus는 얼마나 pain point를 잘 이해하고 해결 방법을 제시했을까? 바로 분석에 들어가 보자.

출판사 입장에서 idus를 분석한다

ISBN을 부여받지 않는 독립 출판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출판사는 Yes24, 교보문고, 알라딘 등의 온라인 서점 플랫폼을 이용한다. 각 플랫폼에 책을 납품하고 받는 대가의 비율을 공급률이라고 하는데 출판사나 책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주요 3사의 공급률은 이렇게 정해진다.

  • Yes24: 60%
  • 교보문고: 65%
  • 알라딘: 65%

쉽게 말해 도서 정가가 10,000원이면 출판사는 각각 6,000원, 6,500원, 6,500원을 판매 대금으로 받는 셈이다. 달리 말하면 도서 정가의 40%, 35%, 35%를 떼어주는 건데 사실 이 과정에서 온라인 서점의 통상적인 할인 정책으로 10%를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가가 정해진다.

알라딘 할인 예시 (기본 10% 할인 외의 3단 콤보에 주목할 것)

여기에 각 플랫폼 별로 금액 할인은 아니지만 적립금이나 사은품 형태로 간접할인 5%가 추가 적용되고, 상황에 따라 일정 금액 이상이면 추가 적립, 혹은 일정 등급 이상이면 부여되는 혜택이 따로 존재한다. 독자(구매자)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18% 안팎의 혜택을 받는 셈이고 여기에 배송료 무료까지 더해지니 온라인 플랫폼에서 책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 그럼 idus의 조건을 보자. idus에 입점하여 작품(제품)을 등록하면 다음과 같은 수수료 정책을 적용받는다.

  • 플랫폼 수수료: 00% (노출을 금지해서 00 처리, 부가세 별도)
  • 결제대행 수수료: 0 ~ 0% (노출을 금지해서 00 처리, 부가세 별도)

대충 합쳐보면 부가세 별도로 최저 00%, 최대 00% 정도 떼는 것 같다. 앞에서 살펴본 온라인 서점 3사 중 공급률이 유리한 교보와 알라딘은 35%를 뗀다. (100% - 65% = 35%) 부가세를 따지지 않더라도 idus는 0% 정도 더 유리해 보인다. 10,000원짜리 책을 팔면 800원이 더 생긴다. 괜찮아 보인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독자의 입장에서 조건을 맞춰보자

냉정하게 생각하면 출판사가 책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안 팔리면 그만이다. 결국 거래는 판매자가 매대에 제품을 올렸을 때 발생하는 게 아니라 독자가 구매할 때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를 해야 한다. 지금부터는 말로 하지 않고 표로 비교를 해보자.

(수수료 노출을 금지해서 이미지 삭제)

idus의 수수료 정책이다. 결제 방식에 따라 수수료는 다르고 부가세도 별도다. 최종적으로 부가세까지 먹이면 작게는 00%, 많게는 00%의 수수료가 빠진다. 이걸 온라인 서점의 공급률로 보자면 각각 00%, 00%에 해당한다. 출판사가 악랄하다(?)고 이야기하는 Yes24의 공급률은 60%다. 아직 10% 넘게 여유가 있다. 좀 더 체감이 되도록 정리해봤다.

교보/알리딘/Yes24 대비 idus의 기대 추가 수익

idus가 교보, 알라딘에 비해 8% 정도 유리하다. Yes24에 비해서는 13% 유리하다. 예를 들어 16,000짜리 책을 교보에서 팔지 않고 idus에서 팔면 1,288원이 더 생긴다. 최근의 종이, 배송비 등 비용이 인상되기 전에 일반적인 단행본의 가격대를 16,000원에서 30,000원 사이라고 보면 각각 1,288원에서 3,915원까지 더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판매자의 관점이다. 여기서는 전제 조건을 ‘구매자’의 관점에 맞춰서 동일한 환경에서 구매가 일어난다고 가정할 것이다. 그렇다. 구매자는 통상 10%의 기본 할인 외에도 온라인 서점에서 5%의 간접할인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 (아직 3% 혜택과 추가적인 2단 콤보가 남았다)

5% 간접할인을 플랫폼이 아닌 작가(판매자)가 부담하는 경우

위 내용은 간접할인 5%를 적용한 예이다. idus에서는 작품(제품) 구매 시 플랫폼에서 5%나 적립하지 않는다. 등급별로 0.1%에서 최대 1.5%의 미약한 적립금이 쌓인다.

  • 금손 : 0.5%
  • 은손 : 0.3%
  • 곰손 : 0.2%
  • 아기손 : 0.1%
  • VIP 클럽: 무조건 1.0% 추가 적립

이건 온라인 서점 3사의 5% 적립 외의 3% 추가 혜택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비교할 수준도 안되지만 편의상 3% 추가 혜택과 상쇄시키자.

그렇다면 플랫폼에서 할인 효과를 주지 못하는데 어떻게 독자에게 동일한 조건을 줄 수 있을까? 그렇다. 출판사(판매자)가 간접할인 5%에 해당하는 다른 리워드를 제공해야 한다. 남은 3%의 특별 혜택까진 챙겨주지 못하더라도 누가 봐도 눈에 보이는 5% 간접할인을 충족하지 못하면 독자가 idus를 이용할 명분이 없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간접할인 5% 만큼의 금액으로 사은품을 제공한다고 가정하고 그 비용을 뺀다. 그러면 실제로 체감되는 추가 수익은 1,288원에서 488원으로 급감한다. 그래도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

과연 그럴까?

바보야, 배송이 빠졌잖아

앞에서는 독자의 관점에서 동일한 조건을 맞춰봤다. 이번엔 이 조건에서 출판사의 속사정을 살펴보자. 대부분의 출판사는 온라인 서점에 책을 공급하기 위해 배본사를 이용한다. 배본사 이용료는 유통을 하지 않더라도 창고 공간을 점유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고정 비용이 발생한다. 그래서 책이 전혀 팔리지 않더라도 월 12만원에서 15만원 안팎의 비용이 나간다.

그러면 누가 배본사를 쓰겠냐 싶겠지만 유통면에서 지리적인 치트키가 작동한다. 배본사는 온라인 서점 플랫폼의 물류 창고와 가까운 위치에 책을 보관하기 때문에 온라인 서점으로 책을 유통시킬 때는 단건 택배비에 비해 월등히 저렴한 비용으로 책을 옮길 수 있다. (예를 들어 500권까지 몇 만원) 포장재도 앞 뒤에 골판지 2장을 덧대서 보내므로 한 덩어리에 보호용 댐지 가격 200원 정도가 추가된다.

여기서는 출판사가 기존에 배본사를 이용하는 걸로 가정한다. 왜냐하면 배본사를 이용하지 않는 출판사는 조건이 더 열악하기 때문에 아래의 시뮬레이션 자체가 무의미하다. 통상 책 1쇄를 2,000권 정도 찍고 증쇄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배본사 월 이용료 범위 내에서 온라인 서점 3사의 유통은 끝난다고 볼 수 있다. 기본 고정 비용 범위 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책을 배송할 수 있단 얘기다.

증쇄를 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이유는 증쇄를 할 상황이면 어느 정도 손익분기는 넘었으므로 굳이 이렇게까지 따지지 않아도 된다. 만약 그러하다면 축하한다. 약간의 여유와 사치를 부려도 용서되는 상황이다.

그러면 남은 건 idus를 통해 유통하는 물량인데 구매자 특성상 idus의 물량은 일반 독자에게 택배로 배송되어야 한다. 온라인 3사는 배본사에서 벌크로 책을 보낼 때까지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온라인 3사에서 따로 포장하고 배송하기 때문에 출판사 입장에서 배송비가 들지 않는다. 그러면 택배로 배송될 때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살펴보자.

택배비 비교 (책 1권 기준)

배본사마다 택배비가 다를 수 있지만 대충 2,300원으로 잡았다. 편의점 택배를 사업자 회원으로 이용할 경우 최소 2,9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idus는 한진 원클릭과 제휴하여 3,000원으로 이용 가능하다. 비싸 보이지만 당일 픽업이란 장점이 있다. 편의점 택배는 수거하는 데 하루 정도 더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배본사는 접수를 넣으면 거의 그날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하다. 그래서 한 달에 십여 권 팔린다면 배본사를 이용하는 게 유리하다. 책 판 돈으로 배본사 이용료를 보전할 수 있다. 그 책이 장마철에 습도 높은 집에 쌓여 있다고 생각해봐라. 공간은 좁지 책은 습기를 먹고 있지 그 돈을 주고서라도 어딘가에 맡기고 싶을 거다.

위에서 포장재는 똑같이 500원으로 잡았다. 배본사가 서점에 보내는 것처럼 댐지에 싸서 보내면 독자가 좋아할까? 타깃이 일반 독자라면 idus의 선물 포장까진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포장재에 넣어 보낼 필요가 있다. 안전봉투 큰 규격이 대량 주문 시 440원 정도인데 박스는 배본사 기준 900원 정도다. 인상된 종이값을 반영하지 않았는데 사실 테이프 값도 생각하면 싸게 잡은 거다. 작업비는 배본사가 통상 댐지로 포장하지 않고 별도의 포장재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작업비다. 포장재를 먼저 보내고 그걸로 포장해달라고 하면 하나에 최소 40원만큼의 수고비를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지인에게 그런 심부름을 맡기면 적어도 치킨 한 마리는 날아간다. 편의점 택배와 한진 원클릭을 이용하면 본인이 직접 포장해야 한다. 본인의 시급이 얼마인지 계산해보면 배본사의 작업비는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으로 여겨질 것이다.

예외적으로 대량으로 한 번에 배송하면 택배비를 1,900원까지 내리는 신공도 있는데 (인상되기 전 작년 기준) 이건 한번 회수할 때 수백 건을 배송하는 경우이므로 논외로 한다. 이 신공은 텀블벅 펀딩처럼 일시에 대량으로 내보내는 것처럼 배송 시기와 수량을 짐작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한 방법이다. 결국 배송료로 보자면 배본사를 이용할 때와 idus 한진 원클릭 제휴 조건으로 이용할 때 360원 정도의 차액이 발생한다.

자, 이제 이걸 앞에서 정리했던 체감 차액에 엮어보자. 온라인 서점 3사로 유통할 때는 발생하지 않았던 택배비가 유입되면서 죄다 빨간불이 들어온 걸 알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idus에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독자(구매자) 관점 동일 조건에서 출판사(판매자)가 입을 내상

망했다. 더 나을 줄 알았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가장 큰 원인은 간접 할인 5%에 있다. 통상적인 10% 할인은 idus에서도 적용하면 되지만 (idus가 판매자에게 타 플랫폼과 동일하게 요구하기도 하고) 간접할인 5%와 추가 혜택 3%는 플랫폼이 제공하지 않으면 판매자가 제살을 깎아서라도 제공할 수밖에 없다.

3% 추가 혜택까지는 아니더라도 idus가 플랫폼 차원에서 5% 간접할인을 적용, 적립금을 찔러줬다고 치자. 독자는 일단 달래는 데 성공 하겠지만 출판사 입장에서 보면 결과는 이러하다.

고가 도서가 아니라면 등록하지 않는 게

일부 조건에서 이제 겨우 파란불이 들어왔다.

배송면에서 가장 유리한 조건인 배본사를 기준으로 5% 간접 할인을 보전한 결과다. 대부분의 단행본이 16,000원에서 21,000원의 가격대라고 생각하면 전멸이다. 무조건 손해를 본다. 그나마 파란 불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격대는 22,000원 후반, 30,000원대다. 이 가격대는 IT 도서나 고급 화보나 가능한 시나리오다.

참고로 텀블벅은 어떨까? 처음 크라우드펀딩을 할 때 텀블벅에서 너무 힘을 빼면 Yes24나 교보에서 순위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래 내용을 시뮬레이션 한 후로 그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소규모 출판사가 텀블벅에 론칭하는 이유

죄다 파란 불이다. 펀딩만 제대로 성공한다면 온라인 3사에 유통하는 것보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다. 물론 온라인 서점의 구매 실적이 올라가 상위 랭킹에도 올라가면 간접적인 홍보 효과를 입을 수도 있지만 마케팅과 홍보는 비용을 들이면 들이는 만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부가적인 변수는 제거한 가정이다.

잘 보면 배송료 조건은 앞의 시나리오와 같고 플랫폼 수수료가 다르다. 작년에 펀딩 할 때 기준으로 부가세 포함 고정 8.8%의 수수료이고 공급률로 따지자면 91.2%에 해당한다. 도서 제작비를 넘어설 수 있는 만큼의 수량으로 펀딩에 성공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건 어느 플랫폼을 이용하나 똑같은 상황이므로 이것 역시 변수에서 제외한다.

여기까지 보면 대충 결론이 나온다.

  • 독자에게 동일한 조건으로 판매한다면 교보와 알라딘에서만 유통해라
  • 같은 조건으로 idus에서 유통하면 파는 만큼 손해 본다
  • 어차피 독자는 idus보다 교보나 알라딘의 접점이 더 자연스럽다

한편 다른 간접적인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는데 그간의 경험으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 온라인 서점에 유통하기 전에 최대한 크라우드펀딩에서 재고를 소진해라
  • 배본사의 고정 비용을 낼 만큼의 책이 팔린다면 책을 집에 쌓아두지 말고 배본사를 이용해라

idus와 텀블벅의 밀월 관계는 과연 유효할까?

자 이제 이 글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idus 기획자가 이런 상황을 예측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텀블벅과 선후관계를 연결했을 때 시너지가 날 것이라 기대한 것 같다. 텀블벅에 등록된 이미지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idus에 옮기면 초기 입점도 순조로울 것 같지만 사실은 텀블벅의 사진과 이미지는 완제품이 아닌 목업 시제품이고, 프로젝트 설명도 대부분이 계획과 포부, 예상되는 피처와 제작 과정을 설명했을 뿐, 완성된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는 거리가 멀다.

제품의 기획부터 유통까지 전체 라이프 사이클 중에서 정보가 생성된 시기도 다르고, 그 정보가 유효하게 소비되는 시기도 다르다. 심지어 그 데이터를 소비하는 타깃도 다르다. 생산하는 창작자와 판매자의 초심이 같을 리 만무하고 단연코 후원자의 마음과 구매자의 마음은 같을 수가 없다. 이건 마치 IT 개발에서 지난번 다른 프로젝트에서 비슷한 기능을 만든 게 있으니 조금 정제해서 복붙 하면 재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심지어 생산성이 높아질 거라 착각하는 거랑 비슷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텀블벅은 텀블벅이고 idus는 idus여야 한다. 각각은 그 시점의 snapshot이고 정보의 성질이 다르다. idus는 텀블벅의 후광에 묻으려 하기보다 출판사가 다들 evil이라 여기는 Yes24 플랫폼의 대체제로 포지셔닝을 해야 한다. 그리고 교보와 알라딘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독자의 pain point를 충족시켜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

출판사나 작가의 pain point는 말할 것도 없다. 실제로 입점 후 작품(제품)을 등록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짜증과 고통의 연속이었고 온라인 3사의 상세 페이지는 내용을 고민하며 하루면 완성할 수 있는 걸 idus 상세 페이지는 내용을 복붙 하고 수정하는 조건에서도 3일 동안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작가 지원 서비스의 기능 상의 문제도 물론 있었지만 애당초 기획 단계부터 ‘책’이라는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책’을 구매할 때 보고 확인하고 싶은 정보, 그 정보를 체계적으로 갖추려면 어떤 구성이어야 하는지 고민이 없었다. 도서 정보는 어느 정도 정형화된 데이터라 포맷과 위계가 나름의 의미가 있는데 그런 골격이 무시된 입력 방식부터, 일반 쇼핑몰처럼 검색도 되지 않는 이미지에 텍스트를 집어넣는 건 감성으로 호소하는 보조 수단이어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텍스트 입력 방식이 부실하니 어쩔 수 없이 이미지에 정보를 때려 넣어야 하는 기형적인 상세 페이지가 만들어진다. 이런 내용은 서비스의 버그를 고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애초에 사용자 경험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이제 얘기가 거의 끝난 것 같다. 나는 당분간 idus에 작품 등록을 유보할 예정이고 앞에서 언급한 수익 구조가 해결되지 않는 한 굳이 힘들게 등록하고 손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히려 공급률은 악랄하지만 유입이 많고 책에 대한 정보를 잘 갖춘 Yes24에 손을 들겠다. 굳이 출판유통종합전산망까지는 아니더라도 신규로 책을 다룰 시스템을 기획했다면 긴 안목의 표준화된 데이터 인터페이스까진 아니더라도 입력 단계의 최소한의 사용성과 출력 단계의 가독성, 데이터 검색 편의성은 보장해줘야 한다. 애자일한 MVP로 반응 보면서 추가 확장하는 건 먼저 구현하기로 한 기능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최소 기능일 때 얘기다.

많이 아쉽다. 하지만 언젠가는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 더 지켜보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핵 펀치 한 방을 날린다.

소득공제는 과연 고려했을까?

그렇다. 책은 면세품이자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공급률 측면에서 출판사에 유리했던 텀블벅조차 책을 펀딩 했을 때 소득공제는 되지 않는다. 과연 후원자는 이 사실을 알았을까? 창작자인 나도 당연히 되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과연 거기까지 고려했을까? 나중에야 알았지만 도서 구매에 대한 소득공제는 판매자가 문화비 소득공제를 처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춰야 되는 것이고 크라우드펀딩 후원금은 직접적인 도서 구매가 아니기 때문에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자, 이 글의 전반에 ‘독자’와 ‘출판사’의 pain point를 이야기하고 ‘독자’ 입장에서 동일 조건의 구매 환경을 가정하고 얘기했다. 미안하다. 애당초 ‘소득 공제’ 부분부터 독자에게 공평하지 못했다. 독자를 위해 이 얘기를 먼저 꺼냈어야 했는데 출판사 입장에 빙의하느라 제일 마지막에 이 얘기를 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독자라면 본인의 혜택을 최대로 끌어올리면서도 (각종 혜택에 소득공제는 덤) 출판사에도 도움이 되도록 (공급률 65%) 교보문고와 알라딘에서 책을 구매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출판 관계자라면 과연 이 플랫폼이 나의 pain point를 해결하는 곳인지, 오히려 고통을 주는 곳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권한다. (혹시 이 글에서 놓친 장점이나 고려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면 같이 공유해도 좋을 듯)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는 사람이 idus 쪽 사람이라면 텀블벅과 연계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플랫폼 공급자의 관점이 아닌 독자와 출판사의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재검토하면 좋겠다. 독자의 입장으로 빙의하려면 법인카드 말고 개인 신용카드로 타 플랫폼과 비교하며 책을 사보면 ‘내가 왜 여기서 이 가격에 책을 사야 되지?’하며 깨달을 것이고, 출판사의 입장으로 빙의하려면 온라인 서점에 유통되는 책 하나를 idus 입력기로 옮겨보고 idus 화면에서 읽어보면 알 것 같다.

idus가 제공한 입점 안내서를 받아보면 시종일관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 배송비나 할인 가격 등 타 플랫폼과 같은 조건으로 등록해라
  • 타 플랫폼으로 유도하는 정보를 제거해라

플랫폼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하는 내용이고 준수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5% 간접할인에 3% 추가 혜택, 소득 공제 요건까지… 애당초 동일 조건은 idus 플랫폼 자체가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걸 입점하는 작가에다 요구하는 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타 플랫폼으로 이탈하는 걸 우려한다면 애당초 같은 조건부터 갖춘 다음에 idus만의 매력으로 사용자를 붙잡아야지 엉뚱한 곳을 단속하는 느낌이라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지금은 비록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플랫폼이지만, 수일째 작품을 등록하다 짜증과 포기를 반복하고 있지만,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고 있나 현타가 오지만, 어디선가 오기가 생겨서라도 작품을 등록하려 애쓰는 사람을 위해

지금의 idus가 다른 창작자들의 은혜로은 땅인 것처럼 책을 만드는 이들에게도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될 수 있기를, 장문의 글만큼이나 온 진심을 다해 잘 되길 빌어본다.

  • 참고로 교보와 알라딘에 후원 받은 것 없고 Yes24와 idus에 나쁜 감정 없습니다. :)


번역하는 개발자
개발하기 싫을 땐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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