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후기] 배경이 있는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는 방법
우타보 작가의 '배경이 있는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는 방법'을 읽은 후기입니다.
네이버 '방사(방방 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 카페에서 도서를 증정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 제공: 네이버 방사 카페
- 원서: ストーリーが伝わる背景つきキャラクターイラストの描き方
- 번역서: 배경이 있는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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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
- 도서명: 배경이 있는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는 방법
- 작가: 우타보 / 역자: 고영희
- 출판사: 정보문화사
한 줄 요약
스토리가 느껴지는 배경 그리는 법
한 줄 평
그림만 보고 있어도 힐링되는 책
좋았던 점 요약
- 그리기 귀찮은 배경을 그리고 싶게 만듦
- 구구절절 설명 없이 한 장의 그림에 드라마를 담을 수 있음
- 보는 사람의 경험에 맞춰 다양한 해석으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음
- 패스트푸드처럼 빠르게 그림을 넘겨 보는 게 아니라 슬로푸드처럼 천천히 그림을 음미할 수 있게 됨
아쉬웠던 점 요약
- 원서 제목과 같이 ‘스토리’가 번역서 제목에도 부각되었으면 좋았을 듯
- 오탈자는 적으나 오역이 있거나 일부 표현을 현지화했으면 좋았을 듯
- 종이책 이미지가 좀 어두워 보임, 전자책으로 밝게 보는 게 좋을 듯
타깃 독자
- 기본적인 작화가 가능한 사람
- 배경 그리기에 소홀했던 사람
- 대사로 스토리를 풀기보다 그림에 드라마를 담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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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쓰게 된 계기
원서가 나왔을 때 그림체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출판권 오퍼를 넣었던 책이다. 총알이 부족해서 아쉽게도 출판권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정보문화사가 책을 내고 네이버 방사 카페가 후기 이벤트를 진행한 덕분에 따끈한 번역서를 받아볼 수 있었다. 책은 진작에 읽었지만 마침 그 시기에 크라우드펀딩을 준비하느라 후기를 못 쓰고 있다가 이제야 주변을 정리하고 후기를 써 본다.
생각의 흐름대로 후기
보통 캐릭터에 집중하고 배경 그리는 데 소홀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렇게 그리기 싫었던 배경에 흥미를 돋우는 책이다. 한 장의 그림에도 스토리를 담아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하게 되는데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접근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 사고방식
- 테크닉 파악
- 아이디어부터 완성하기까지 작화 과정 예시
- 팁
일단 이 책을 접한 사람은 앞부분의 사고방식 부분을 보고 배경에 공을 들이는 의미에 대해 공감될 때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게 좋겠다. 앞부분을 놓치면 뒤에 나오는 건 길고 지루한 작업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스토리를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잡히고 나면 후반 작업은 즐거운 시행착오의 연속이자 자기 발전의 과정이 될 것 같다.
좋았던 페이지
책 전반의 장점은 다른 후기 작성자와 비슷하고 중복되는 내용이라 특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몇 장면 꼽아 보았다.
자신의 스타일을 포지셔닝하는 칼럼이 도움 되었다.
스토리가 담겼을 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은 한 장인데 앞, 뒤 스토리가 궁금하게 만드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디어의 파편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방법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테스트하는 과정이 도움 되었다.
다양한 소품으로 분위기를 테스트하는 과정이 도움 되었다.
아쉬웠던 페이지
그림 자체가 힐링이 되고 스토리를 담기 위한 다양한 의도를 보며 그림을 재해석하고 기법을 재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일본어 원어를 그대로 옮긴 듯한, 한국어로는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종종 보인다는 점, 원서 제목의 ‘스토리’라는 키워드를 번역서 제목에도 녹였으면 하는 게 있다.
‘배경’보다 ‘스토리’가 강조된 원서 타이틀은 세리프 폰트로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아마도 띠지의 ‘드라마틱(ドラマチック)’이란 키워드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스토리’는 본문 내용에 들어가고 ‘배경’과 ‘캐릭터’가 남은 번역서 타이틀은 산세리프 폰트라 깔끔하게 보인다.
두 표지를 살펴보면 원서가 어필하는 소구점은 ‘스토리가 전달되게 그리는 방법’이고 번역서가 어필하는 소구점은 ‘배경이 있는 캐릭터를 그리는 방법’이란 게 차이점이다.
표지만 봤을 때는 원서는 ‘그림에 감성을 어떻게 담을까’를 고민하는 독자가 집어들 것 같고 번역서는 ‘캐릭터는 그리는데 배경도 잘 그리고 싶다’는 독자가 집어들 것 같다.
번역문 자체에 대해서는 이미지와 텍스트 레이아웃이 고정된 지면이라 글자 제한 수가 있고, 역자가 해당 분야에 이력이 있다 보니 용어를 풀어쓰거나 대체하는 대신 직역했을 거라 짐작된다. 다만 일부 표현은 기계 번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역이나 오역이 있는데 독자가 주의 깊게 행간의 의미를 살피지 않으면 문장을 읽어도 의미가 와닿지 않거나 원서의 의미를 왜곡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 일본어를 조금 안다면 원문이 예상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거나 디테일한 부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큰 맥락을 짚는다면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다만 한국에서는 잘 쓰지 않거나 다르게 해석되는 내용이 있어 몇 가지를 꼽아보았다. 혹시 책을 구입한 독자가 있다면 확인할 수 있도록 페이지를 표시했다.
p23 ‘기재(機材)’는 한국에선 PC 같은 전산기기에 잘 쓰지 않는다. 내용상 ‘장비’ 정도면 좋겠다.
p27 ‘억제해두고 싶은(押さえておきたい)’은 기계 번역에서 흔히 보는 오역이다. ‘꼭 알아두어야 할, 짚고 넘어가야 하는’ 정도면 좋겠다.
p35 ‘골판지(段ボール)’는 한국에선 지류의 이름으로 사용한다. 정황상 ‘박스’ 정도면 좋겠다.
p36 ‘간판 고양이(看板猫)’는 한국에선 낯선 표현이다. 정황상 ‘키우는 고양이’ 정도면 좋겠다.
p38 ‘안건(案件)’은 한국에선 ‘의견, 제안’의 의미로 쓰인다. 내용상 ‘광고, 홍보물’ 정도면 좋겠다.
p47 ‘파카(パーカ)’는 ‘‘를 직역한 것으로 한국에선 다른 의류로 이해된다. 내용상 ‘후드티’ 정도면 좋겠다.
p58 ‘어긋나게 하면(ずらすと)’은 한국에선 기준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정황상 ‘드래그하면’ 정도면 좋겠다.
그 밖에도 1:1로 직독직해한 표현으로 부자연스러운 것이 더러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것 하나를 꼽자면 이런 표현이다.
p68 ‘도구 속성의 설정에서 변경을 주는 것으로 아날로그 느낌이 있는 선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ツールプロパティの設定に変更を加えることでも、アナログ感のある線に近づけることができます)’는 의미상 ‘도구 속성의 설정값을 조절하면 아날로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정도면 좋겠다.
마무리
어쩌다 보니 좋았던 점보다 아쉬운 점을 더 열거하게 되었는데 아마도 내가 번역하고 싶어서 원서를 깊이 분석하고, 전략을 세웠던 게 있다 보니 내가 세웠던 기대치의 잔상이 남아서 그런 것 같다.
번역자 입장에서는 위와 같이 읽다가 멈칫하게 되는 부분이 더러 있으나 일본 문화에 다소 친숙한 일러스트 관계자라면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걸러낼 듯하다. 역자님도 일본에서 관련 도메인에 몸 담은 분이라 일본식 표현이 어색하지 않고, 일본어 표현의 잔상이 남아 있을 터라 한국어로 보았을 때 느끼는 미묘한 디테일까진 의식하지 못했을 수 있다. 최근 유사 분야의 책을 많이 번역하신 걸로 봐서 피로감도 있지 않았을까 헤아려 본다. 큰 맥락에서는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니 일반 독자라면 거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좋겠다.
실무에 활용할 때는 전체를 빠르게 통독한 후, 배경에 힘을 실어 그리고 싶을 때 다시 정독하는 게 효율적일 것 같다. 한 장의 그림이지만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 작가님의 노하우를 이 책으로 엿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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