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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는 게 겸업 금지라고?

번역하는 게 겸업 금지라고?

자신의 업무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해내기 어려우면 거절하는 게 맞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오픈 일정이 잡혔거나, 휴가 기간이 포함되어 있다면 실제 작업 시간은 더 줄어듭니다.

대상 독자: 도서 번역 초심자
이 포스트는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한 '번역 FAQ - IT 도서 번역가에게 묻다'를 텍스트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영상은 50분의 강의 시간에 맞추느라 일부 내용이 편집되었는데 텍스트 버전은 영상에서 잘린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50분 전체 강의 내용을 소개 1개와 FAQ 8개의 포스트로 나눠서 올립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번역 공정이나 역할과 책임 등을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나 R&R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IT 업계 종사자가 아닌 분은 해당 내용을 건너뛰셔도 됩니다.


When 번역 기간, 작업 시간

이제 When이라는 주제어로 번역 기간과 작업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번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출판사나 번역자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이 그림에서 보여주는 기간은 전업 번역자가 아니라 일반 직장인이 퇴근 후에 번역하는 걸 가정한 기간입니다. 보통 출판사에서 계약한 다음에 완전 원고를 받길 바라는 시점은 3개월에서 6개월 후입니다.

직장인이 번역할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렵다는 걸 어느 정도 감안한 기간인지라 이보다 더 늘리는 건 사실상 어렵죠. 그래서 번역 의뢰가 오면 출판사가 목표한 출간일을 먼저 여쭤보세요. 자신의 업무 일정으로 소화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해내기 어려우면 거절하는 게 맞습니다. 특히, 프로젝트 오픈 일정이 잡혔거나, 휴가 기간이 포함되어 있다면 실제 작업 시간은 더 줄어듭니다. 이때는 버퍼까지 감안해서 납기일을 계산해야 합니다.

완전원고가 전달되면 북 디자인이 나오는 데 1~4주 정도 걸리는데 디자이너도 대부분이 프리랜서라 그분의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후는 편집자의 일정에 따르게 되고요. 최소 3번 정도는 교정하고, 각 교정 기간은 1, 2주 정도 걸립니다. 의외로 인쇄는 금방 되는데요. 다이어리나 캘린더 수요가 몰리는 연말, 연초에는 일정이 밀릴 수 있습니다.

결국 번역을 시작하고 책이 완성되는데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2개월로 보면 되는데요. IT 도서 특성상 3개월이나 6개월 주기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있으니 스크린숏을 다시 뜨거나, 소스코드를 패치하는 재작업을 미리 계산해둬야 합니다.

이번엔 책의 분량을 놓고 얘기해볼게요.
책마다 다르지만 IT 도서인 경우 300에서 400페이지가 보통입니다. 이 정도 분량은 독자가 지치지 않을 정도에 필요한 정보를 담아내기 좋은 양이죠. 전업 번역자가 아니라면 퇴근 전후에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침형 인간인지, 야간형 인간인지에 따라 집중할 시간대가 다르고, 출퇴근 시간이나 근무 형태에 따라 번역 전략을 달리할 수 있거든요.

제 경험으로는 평일 기준으로 아침에 1시간, 점심때 30분, 저녁에 1시간 정도로 시간을 나누는 게 좋았습니다. 점심 때는 원서나 관련 도서 읽으면서 한 숨 돌리는 거죠. 주말은 4시간 정도 시간을 잡으면 진도가 밀릴 때 만회할 수 있습니다. 단,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 정도는 가족을 위해 쓰셔야 안정적인 번역이 가능합니다. 가족이 소외되면 지속하기 어렵거든요. 만약 어린 자녀를 키운다면 아이를 일찍 재운 다음, 아이가 잠든 후 1시간 정도 작업할 수 있을 겁니다. 완전원고 전달까지 3개월 정도로 목표를 잡되, 버전 업그레이드로 인한 재작업 시간을 감안해서 한 달 정도 버퍼를 잡아 두세요. 스크린숏 작업도 환경을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손이 많이 갑니다.

번역 경험이 쌓이면 효율이 조금 오르긴 하는데요. 책의 난이도가 항상 같은 건 아니기 때문에 작업 속도가 드라마틱하게 향상되진 않습니다. 단, 시행착오가 줄어들면 피로가 줄고, 툴을 활용하면 반복 작업이 줄어들어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틈틈이 유튜브에서 편집 툴 기능을 찾아보거나, 다른 사람은 어떻게 작업하나 살펴보길 권합니다.

회사 다니면서 번역을 해도 문제없나요? 겸업 금지 아닙니까?

막상 번역을 시작하려고 하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회사마다 달라요. 그래서 소속사의 정책을 살펴보셔야 합니다. 다만 상식 선에서 생각하면 굳이 사규를 살펴보지 않아도 답은 나옵니다. 회사를 다닌 다는 말을 회사와 고용 계약을 했단 얘기죠.
계약을 했다면 그 내용을 이행해야 하고요. 당연하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계약 위반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키가 되는 건 ‘업무에 지장을 주느냐’입니다. 강의나 출판을 임직원의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나, 회사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판단하기도 하거든요. 다만 그게 정도가 지나쳐서 업무 시간과 업무 지식을 활용하되, 회사에 도움이 되기보다 사익을 도모하는 비중이 크다면 당연히 제약이 가해지게 됩니다.

모 회사는 사전 승인을 받는 프로세스가 있고요. 다른 모 회사는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회사에 환원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또 다른 모 회사는 그런 정책이 악용되어 폐지된 곳도 있어요. 회사가 허락하더라도 함께 일하는 사람과의 팀워크도 중요하니 주변 상황을 살피면서 판단하시면 될 것 같아요. 윈윈 할 수 있다면 안 할 이유는 없습니다. 간혹 업무의 연장으로 매뉴얼이나 백서를 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이때는 엄연히 업무의 일환이니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업무 성과로 반영할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번역서는 원서의 내용을 옮기는 거라서 업무 지식을 승인 없이 활용했다거나, 내부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는 등의 보안 이슈에서 자유롭습니다. 원서가 이미 돈 받고 파는 다른 회사 상품이잖아요. 그걸 번역했다고 소속사이 정보가 침해되었다고 볼 순 없습니다. 가장 깔끔한 건 업무 시간엔 업무에 집중하시고, 필요하다면 회사의 관련 부서와 사전 교감을 하시기 바랍니다. 회사 정책의 유권 해석을 마치신 후, 마음 편하게 작업하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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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료의 삽화는 그래픽 레코딩 기법으로 그린 스케치 노트입니다. 그래픽 레코딩이 궁금하다면 ZZOM의 신간 '처음 배우는 그래픽 레코딩'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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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6 영상을 보시려면 '번역하는 게 겸업 금지라고?'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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